본문 바로가기

리뷰/책

[책리뷰] 힘 빼기의 기술

반응형

힘 빼기의 기술

 

책 표지의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 표지에 쓰인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힘을 빼면 삶은 더 경쾌하고 유연해진다'라는 글을 읽고 피식 웃었던 것 같다.

항상 언어의 마술사인 카피라이터가 쓴 책은 호기심이 생기고 읽어보게 되는 것 같다.

 

힘빼기의 기술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1976년 부산 출생

-제일기획, TBWA 코리아 재직했었다

-아이파크,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숨37 등의 브랜딩을 맡았다

-SK텔레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tvN '지금 여기, 즐거움의 시작' 외 수많은 광고 카피를 썼다

-다수의 매거진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BB&TT 공동 대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는 산책이라고 믿는다

 

차례

프롤로그 _ 만다꼬

Part1 가까이에서

Part2 먼 곳에서

 

책 중에서

'만다꼬' 중에서

요즘 나는 수영 초급반을 다니고 있다. 고급반 대선배님들(주로 할머니들이다)은 종종 "힘 빼기가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 힘을 빼는 데에 가장 힘이 든다니, 인생에서 중요한 잠언들이 으레 그렇듯이 참으로 모순적이다. 뒤처질까 봐 온몸에 힘을 주면 줄수록 숨이 가빠지고 결국 가라앉아버리는 걸 여러 번 겪은 나로서는 공감도 되지만 여전히 힘 빼기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힘을 빼고 물에 나를 내맡긴 채 나아가는 것. 딛고 선 땅이 없어도 두려움을 이기고 나를 믿는 것. 수영의 도를 깨치면 인생에도 도가 틀 것만 같다. 하루하루 사는 게 문득 너무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우리 집의 가훈을 한번 되새겨보길 권한다.

 

'만다꼬?'

 

대답을 찾느라 잠시 멈춰 섰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만다꼬' = '뭐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등에 해당하는 경상도 사투리)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시공사, 2017, p.10

 

'힘 빼기의 기술' 중에서

몇 년 전 일본의 극작가(이자 배우, 작사가, 작곡가, 방송 작가, 영화감독, 연출자, 뮤지션, 기타리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인물-이라고 위키백과에 나와 있는) 구도 간쿠로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와 <기사라즈캐츠아이> 등 히트 드라마의 각본을 쓴 뒤 '천재 각본가'라 불리며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는 사이사이 차기작 각본을 쓱쓱 써내는 그에게 인터뷰어가 물었다.

"이렇게 바쁜 중에 각본을 그렇게 잘 쓰시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그의 대답이 내겐 충격이었다.

"일단 잘 쓰고 싶지도 않고요······."

잘쓰고 싶지 않다니? 그게 바로 그의 작품들이 갖는 신기함의 원천인지도 몰랐다. '잘하려고 한다'는게 뭔가? 기존에 정해진 '잘함'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추어 높은 성취를 이끌어 내기 위해 힘쓰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힘을 빼버릴 때 '잘함'의 기준을 전복하는 전혀 새로운 매력이 생겨나기도 한다.

연애도 잘하려고 용을 쓰면 될 일도 안 되는 것이다. 사랑과 매력이란, 전쟁과 권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힘이다.

주삿바늘 앞에 초연한 엉덩이처럼, 벌레 못 만지는 장수풍뎅이연구회처럼, 힘을 좀 뺀 것들이 세상의 긴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든다. 엉덩이 비유는 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 글도 힘을 좀 빼고 써보았다.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시공사, 2017, p.45

 

 

'어머니의 연애 비결' 중에서

40대, 명실공히 모두가 인생의 중반이라 일컫는 시기에 진입하나 해서 갑자기 철이 들고 인생의 해법을 깨닫게 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너무나 중후하다고 생각했던 '40대'라는 나이에 스스로 도달하고 보니 생각처럼 그다지 어른이지가 않아서 나도 좀 당황스럽다. 흰머리도 몇 개 났는데 어째서 철없거나 멍청하거나 미친 짓을 또 하는 거지? 그렇다면 인생은 반복이기만 한 걸까? 그건 또 아니다. 앞서 말한 문장에서 방점은 '익숙해서'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저지르면서도 내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쌓여왔다. 처음 겪는 일들을 파도처럼 맞닥뜨리면서 정신없이 그것을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는 그 파도에 실려온 모래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이제 그 모래 알갱이들을 제법 두툼한 켜를 이루어 웬만한 파도에는 쉽게 휩쓸려 버리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켜 같은 것이고, 그 켜들이 이루는 무늬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될 때 통찰이 생겨나는 듯하다.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시공사, 2017, p.80

반응형

삶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책이었다.

때로는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듯이 '힘을 빼보면서 살아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남미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작가님의 남미 여행 에피소드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종종 나오는데 그전까지 강아지파였던 내게 '나도 고양이 키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했던 것 같다.

 

반응형

'리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1리터의 눈물  (20) 2021.10.19
[책리뷰]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44) 2021.10.01
[책리뷰] 자존감 수업  (20) 2021.08.17
[책리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2) 2021.08.08
[책리뷰] 신경 끄기의 기술  (10) 2021.07.28